[서평] 파과
저자의 작품은 <파과>로 처음 만나게 되었다. 몇권의 소설이 있음에도 언제나 장르소설에만 관심이 있다보니 다른 분야로는 무관심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오늘 새로운 책이라고 해야할까 그동안 만나지 않던 낯선 소설 한권을 읽게 된 것이다. 표지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한 여인의 숙여진 고개와 힘없는 어깨가 눈에 각인이 되고 있다.
도대체 어떠한 이야기일까. 첫장를 펼치면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이고, 또 왜 주인공이 직업이 '방역업' 즉, 킬러라는 사실과 예순이 넘은 늙은 노부인일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놀랍다고 해야할까. 직업 자체가 의아해 했고 왜 그녀는 이 길을 가게 된 것일까. 현재와 과거 그리고 그녀가 가족 이야기를 읽다보면 어쩔 수 없는 길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삶의 절반 이상을 '방역업'으로 살아온 그녀 즉 '조각'이라는 이름을 가진 할머니이다. 어느 날 혼자로 생각했던 그녀의 공간에 타인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왜 심경의 변화가 일어난 것일까. 더불어, 그녀와 같은 직업을 가진 '투우'라는 젊은 남자. 그 역시 왜 그녀의 주위에 맴돌고 있는 것일까. 모든것이 의문투성이와 앞을 예상치 못한 이야기로 답답함을 느꼈다. 또한, 긴 호흡이 필요한 문장과 문체. 그동안 접하지 못했던 요소라 낯설기만 하고 읽는 동안 앞부분을 잊어버려 재차 읽는 반복이 요구되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왠지 이 긴 호흡이 필요한 문장과 조각의 삶이 어울리게 다가왔다. 결코 타인은 자신의 삶에 들여보내지 않았는데 작업중에 다친 그녀가 찾은 병원에서 본 30대 중반의 '강박사' 그를 본 순간 잔잔한 호수에 물결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에게 다가오는 검은 그림자. 이를 막는 '조각'의 사투가 보여지면서 긴장감은 고조가 된다.
왜 그녀는 이런 선택을 하는 것일까. 죽음과 언제나 같이 한 그녀 더불어 삶에 있어 마음에 담아둔 사람이라곤 그녀를 이길로 이끈 '류'라는 사람뿐이었다. 그랬는데 온기를 느낄 수 있는 무용이라는 이름을 지어준 '개'를 키우게 되고 더 나아가서는 누군가를 지키려고 하는 사실이다. 문득, '조각'은 '온기'를 느낀 것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투우'와의 마지막 사투 그는 그녀에게서 무엇을 빼앗고 싶은 것일까 아니 그녀의 감정의 변화에 질투를 하는 것일까. 또한, 자신을 기억하고 있다는 애기에 기대를 하려다 아닌 사실에 실망을 보이기도 하지만 이대로 흘러가게 내버려 두는 것은 또 무엇인가.
비록 한권의 소설을 읽었지만 한 사람의 삶을 통째로 본 듯한 책이다. '조각'과 '투우'그리고 '류' 그외 그녀의 가족들..인생은 마치 물결따라 흘러가는데 과연 중간에 멈출 수 있다면 멈추어 줄까. 한 늙은 킬러의 인생의 이면을 보고 있자니 왠지 모르게 기분이 이상하다. 동정도 아니고 그렇다고 이해도 아닌 모호한 상태. 냉장고 속 한 개의 과일에서 비롯되었다던 소설 <파과> 한때는 싱싱한 과일이었던 것이 이제는 썩어지고 형태와 본질을 알 수 없게된 모습이 왠지 '조각'을 말하고 있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