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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나의 왼쪽 너의 오른쪽

by 책을 담는 모리아 2021. 6. 27.

 

[나의 왼쪽 너의 오른쪽 / 하승민 / 황금가지 ] 

 

읽으면서 뭔가 불편함을 느꼈는데 그건 이 책이 재미있다 없다가 아닌 사람의 인생에 대한 느낌이다. 아 뭐라고 해야할까? 누구도 원하지 않았던 삶이기도 하고, 한 순간의 선택이 남은 생을 전혀 다른 길로 가게 만드는 것..그렇기에 그 짐을 짊어져야 한다는 자체가 무겁게 다가왔다. 하승민 저자의 두 번째 작품인 [나의 왼쪽 너의 오른쪽]은 이중인격을 지닌 주인공 염지아가 19년 다른 인격체로 살아온 삶을 추적하는 내용이다. 이 작품 외에도 전작인 [콘크리트]가 출간이 되었는데 아직 읽어보지는 않았다. 다만, 이 책 역시 [나의 왼쪽 너의 오른쪽] 처럼 묵직함이 실려있지 않나 싶다. 

 

평범한 가정이었던 집에 불행이 드는 것은 한 순간이다. 시골 온계리에서 살았던 지아는 자신의 눈 앞에서 엄마가 죽는 모습을 목격한다. 그 뒤 나타난 또 다른 자아 '혜수'. 지아가 아무것도 못하는 조용한 아이라면 혜수는 전혀 반대의 성향을 지닌 인격체다. 위험한 순간에 나타나는 혜수로 인해 결국 곤경이 처하게 되었고 어느 날, 사라졌고 19년 만에 지아로 다시 눈을 뜨게 되었다. 그리고 현재 지아가 있는 곳은 강원도 조대산으로 숲 속에서 죽은 여성의 시체를 묻고 있었다. 아무것도 기억이 없는 지아는 그 뒤로 달려 19년 전 아니 자신의(지아였을 때) 기억으로는 얼마되지 않았던 아버지의 집인 서울로 향하게 된다. 이렇게 해서 19년 동안 실종이 되었던 딸 지아를 아버지 철순은 만나게 되었다. 

 

그저 조용히 살면 되었는데 어느 날, 한 여인이 지아의 집을 찾아와 혜수를 부르고 쫓아다닌다. 자신의 또 다른 인격인 혜수를 아는 여인..결코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았지만 잊혀진 19년을 아는 여성임은 틀림 없었다. 19년 동안 묵진에서 살았던 지아는 결국 자신이 어떻게 살았는지를 찾기 위해 의붓동생인 병준과 같이 묵진으로 향하게 된다.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 지아에게 유일하게 혜수가(이중인격) 남긴 것은 카메라에 담긴 사진 세 장 뿐이다. 이를 토대로 흔적을 찾아가는데 더 이상 혜수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왜 혜수는 숨어버린 것일까? 지아와 병준은 지난 날 혜수의 흔적을 찾아가는 과정은 무에서 유를 찾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 과정에서 지아를 쫓는 전직 형사인 강규식과 자신을 혜수라고 부른 여인를 다시 묵진에서 만나게 되면서 긴장감은 더 고조될 수 밖에 없었다. 

 

소설은 첫 장부터 지아가 한 여성을 묻고 있던 장면에서 시작이 되었기에 많은 의문점을 던지면서 시작했다. 정말 혜수가 살인을 한 것일까? 그렇다면 왜 그랬을까? 처음부터 지아를 의심했었는데 그 이유는 병준과 같이 혜수가 머물렀던 집을 발견 한 순간 살해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었기에 의심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묵진은 타지사람들이 머물렀다 떠나고 선원들이 뜨내기들 처럼 드나드는 곳이다. 무엇을 보더라도 결코 평온해 보이지 않는 지역이다 이런 곳에서 혜수는 19년을 살았다. 그 자체만으로 이미 혜수의 삶이 평탄할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저, 지아가 혜수의 흔적을 하나씩 찾아갈 때마다 진실이 튀어나는 것이 불편할 수 밖에 없었다. 

 

책을 읽고나서 지아가 가장 행복 했던 곳과 불행 했던 곳은 온계리였다. 가장 행복한 순간이 불행이 되면서 한 사람의 삶이 달라졌으며, 운명의 장난처럼 그 불행이 먼 훗날 다시 눈앞에 나타났을 때 사람은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아니 선택이란 것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고통으로 만들어진 제2의 자아인 혜수..그러나 혜수 역시 지아 만큼 고통스러웠고, 그 흔적을 따라가면서 지아는 혜수 또한 행복한 순간이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그 순간 나 역시 무너졌다. 누구나 행복을 원하는 구나...혜수 역시 그랬을 텐데 하면서 말이다. 장르소설을 읽고나면 대부분 후련하다 재미있다 라고 느끼는데 [나의 왼쪽 너의 오른쪽]은 마음이 무거웠다. 도진기 작가의 후기처럼 '전해지는 울림'이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