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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리뷰/여행(기타)

[서평] 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

by 책을 담는 모리아 2013. 12. 1.

 

 


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

저자
앨리스 먼로 지음
출판사
| 2007-05-0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을 포함, 「어머니의 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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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하다. 이 책의 첫 느낌이 이러하다. 먼저, 2013년 노벨 문학상 수상 작품이어서 관심이 끌렸다. 장편도 아닌 단편으로 최초로 상을 받았다는 소식에 호기심이 일어난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평소 장르소설을 접한 나에게 문학 작품은 어려운 때가 종종 있는데, 그럼에도 이 책을 접하게 된 것은 순전히 '최초로 단편으로 노벨 문학상 수상' 이라는 문구였다. 그리고 한장한장 넘기면서 느껴지는 것은 앤 터일러의 <태엽 감는 여자> 작품에서 느껴지는 감정들을 느꼈다. 결코 화려하지도 그렇다고 지루하지도 않는 인간의 감정들을 자연스럽게 써내려가는 문장들 초반 '앤 타일러'의 작품을 접했을 때 설명할 수 없는 감정들로 인해 지루하다고 느껴졌다. 그러나, 여러 캐릭을 통해 표현했던 인간의 본성과 꾸미지 않는 문체들이 시간이 흐를 수록 기억에서 새록 떠올랐던 점이다.

 

<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은 앞서 적었듯이 속도감과 긴장감을 주지 않는다. 첫번째 단편인 <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은 가정부인 조해너의 등장과 그녀가 일하던 주인의 집에서 몰래 가져나온 가구로 이야기를 시작이 되는데 왜 그녀는 가구를 기차를 통해 보내고 있는 것인가. 그 이유는 한장한장 넘기다 보면 사실을 나타나는데 반전이라거나 독특한 설정이 있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그냥 '관심과 애정'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녀가 일하는 맥컬리 씨의 사위인 켄 부드로에게 딸이 있는데, 이 딸의 호기심으로 시작된 장난 편지가 결국 조해너와 부드로에게 큰 인생의 전환점을 주게 된 것이다. 아버지인 척 조해너에게 편지를 보내고 이 편지를 받은 조해너는 자신의 필요성을 느낀 나머지 맥컬리 씨가 간직하고 있던 가구를 당당하게 훔쳤다는 사실이다. 무엇이 그토록 그녀를 이토록 흔들리게 했을까. 가구를 보내고 나서 옷을 사러갔던 그 날..결혼을 할 것이라는 조해너의 말에 자신의 존재감을 느끼게 된 것일까.

 

이야기는 참 평범하다. 거창하지도 남녀간의 자극스러운 사랑이 존재하지도 않는다. 편지를 통해 그녀가 말한 자신의 삶에 대한 이야기는 불행하다고 할 수 있는 인생이지만 자신을 필요로 했던 순간들도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부드로를 통해 다시 한번 이 감정을 되살리게 되었다는 점이다. 우리가 살면서 타인이나 가족 등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가 된다는 사실은 살아가는 이유를 주기도 한다. 인간이기에 혼자서 살 수 없는 존재이다보니 본능 적인 이 감정은 때론 밑바닥에서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게 하는 원천이 되기도 한다. 

 

이처럼 사람의 맘 속에 깊숙이 내재되어 있는 감정들을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을 통해 저자는 표현을 하고 있다. 마지막 단편인 '곰이 산을 넘어오다' 역시 아내를 사랑한 한 남자의 이야기는 사랑에 대한 갈망이다. 그렇다고, 감정을 떨리게 하는 것이 아닌데도 아련한 마음이 남는다. 난 <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에 무엇을 기대했을까 노벨 문학상 수상 작품이기에 어떠한 기대를 가졌는지 알 수는 없다. 하지만, 강물이 흐르듯 흘러가는 문장들을 볼 때면 인간의 삶이 이러한 것인가. 그냥 책을 덮고 나서 무의식적으로 '생각'이란 것을 하게 만든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