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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리뷰/여행(기타)

서평: 루이 비뱅, 화가가 된 파리 우체부

by 책을 담는 모리아 2021. 3. 14.

루이 비뱅, 화가가 된 파리의 우체부/박혜성/한국경제신문

 

"대단한 것, 반드시 예술적인 것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아닌 자신이 정말 원하는 일을 실천에 옮기는 것이 예술이라고 했다. "

 

 

화가가 된 파리의 우체부 라는 제목 때문에 먼저 끌린 도서다. 또한, 루이 비뱅 이라는 이름을 전혀 들은 적이 없다. 그동안 미술 관련 책을 보면서도 만난 것은 익히 들었던 유명한 화가들의 이름 뿐이었다. 물론, 유명인 못지 않게 무명으로 살았으나 뛰어난 작품이 많을텐데 내가 미쳐 만나지 못한 이유도 크다. 그렇기에 오늘 읽은 <루이 비뱅, 화가가 된 파리의 우체부>를 다 읽고서 다짐한 것은 비뱅과 같은 화가들을 찾아서 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루이 비뱅' 이라는 화가는 어떤 인물인가? 

 

어릴 적 부터 미술에 소질이 있었으나 안정적인 직업을 갖기 원했던 아버지로 인해 루이 비뱅은 우체부로 47년간 살았다. 그러나, 우체부로 살면서 결코 미술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몽마르트에서 살았는데 지금은 이곳이 유명한 관광지였으나 당시 가난한 화가들이 살았던 곳이다. 이곳을 구석구석 돌아다닐 수 밖에 없었는데 오히려 이 과정에 비뱅에도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소재가 되었다. 비뱅은 재대로 미술 공부를 배우지 않고 독학으로 그림을 그렸는데 이런 사람들은 '소박파'라고 하고 대표적인 화가가 바로 '앙리 루소'다. 루소가 소박파였다니 그동안 책표지나 종종 책에서 봤던 화가였는데 말이다. 

 

비뱅은 독학으로 그림을 그렸다지만 존경하던 세 명의 화가가 있다. 코로, 쿠르베,메소니에다. 각각 특징이 있는 화가로 코로에게는 자연주의 화풍을, 쿠르베에게선 사실주의 화풍 마지막 메소니에어서는 세밀함을 배우게 되었다. 비록, 독학이라지만 화가의 특징을 끄집어 내어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 자체가 놀랍다. 그런데, 비뱅의 작품을 보면 뭔가 어색함을 느낀다. 아이가 그린 그림 같고 동화 같은데 때론 원근법도 무시한채 그려진 그림도 있다. 하지만, 구도 면에서는 좌우대칭일 이루어지게 그렸다. 그래서일까? 그림을 보면 안정감이 느껴진다. 또한, 어느 색보다 회색을 많이 사용했는데 당시 건물들은 낡았고 오래 되었기에 원래의 색을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란다. 

 

평소 작품을 그렸지만 제대로 전시회를 갖지를 못한 루이 비뱅. 여기서 미술 평론가 빌헬름 우데라는 사람이 없었다면 소박파 화가들의 그림은 세상에 나올 수 없었다. 우데는 아마추어 화가들의 그림을 찾았고 첫 화가는 '앙리 루소'다. 원시적이고 양식에 얽매이지 않는 루소의 그림을 본 우데. 당시 루소는 파리 세관원으로 근무를 했기에 일요일마다 그림을 그렸다. 또한, 세라핀 루이 라는 한 여성 화가도 발견했다. 허드렛일을 하는 여인이었는데 꿈틀거리는 꽃잎을 그렸는데 범상치가 않았다. 그러나 안타깝게 루이에게 개인전을 약속했으나 경제공황이 닥쳐 약속이 미뤄지고 루이는 정신병을 앓다 생을 마감했다. 그러나 우데는 약속을 지켰고 사후 3년 후에야 전시회를 열게 되면서 그녀의 이름을 알리게 되었다. 

 

만약 이들이 살아생전 인정을 받았다면 고달픈 삶이 나아지지 않았을까? 비뱅 역시 사는 동안 빛나지는 못했다. 비뱅과 비슷한 시기에 살았던 카유보트 역시 생전에는 무명에 가까웠으나 사후에 내로라 하는 박물관에 작품이 걸어졌으니 참으로 인생은 모르는 일이다. 하여튼, 비뱅의 작품을 보면 파리 뿐만 아니라 이탈리아를 그린 것도 있는데 당시, 해외여행은 힘들었을 것이고 소박파들은 엽서를 통해 정보를 얻고 그렸을 것이라 추측한다. 그리고 우체부였으니 엽서를 접하는 것은 잦았으니 훌륭한 선생님(?)이 아니었을까?. 또한,  피가소,앙드레 브르통, 아폴리네르,르코르뷔지에 등 유명 화가들은 소박파들을 지지하고 존중했으며 이들의 순수한 열정에 찬사를 보내기도 했으며 이들의 작품을 구입해 예술적 영감을 받기도 했다. 비록, 세상에 알려지지 않는 이름이었으나 누군가는 이렇게 소박파들의 열정에 감동을 받았다. 

 

마지막으로 많은 화가들이 꿈꾸는 뉴욕현대미술관 모마에 비뱅의 작품이 걸렸다. 첫 전시회가 열리기 2년 전 비뱅이 세상을 떠났다는 글에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정식적인 화가는 아니었지만 애정을 담아 그린 작품이 전시가 된다는 것은 누구를 막론하고 행복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자의 적은 글을 보고 있으니 비뱅은 사는 동안 그림을 그린 그 순간이 행복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에게 비뱅은 자신의 그림과 인생을 통해 중요한 것은 결과가 아닌 과정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알려준다. 지금 당장 여건이 안 된다거나 부족하다고 해서 섣불리 낙담하거나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꿈을 꾸는 것 자체가 행복인 삶, 그것이 비뱅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인생의 비밀이다."

 

<도서협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