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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리뷰/여행(기타)

서평: 작가의 마감

by 책을 담는 모리아 2021. 3. 13.

작가의 마감/정은문고/나쓰메 소세키

 

제목을 보고 무조건 끌리던 도서다. 또한, 일본의 유명 작가들의 마감 분투기라고 하니 어느 누가 궁금해 하지 않을까? 과거와 달리 방송매체가 전파가 되면서 이제는 작가들의 마감 분투기에 대해 종종 보곤 한다. 마감이 끝나면 자유가 아닌 다음을 준비하는 과정이 또 있으니 잠깐의 자유에서 안정을 취하고 다시 시작해야한다. 오늘 읽은 [작가의 마감]은 이런 소소한 일상들을 소개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근래가 아닌 고전 작가들이라는 점이다. 그 중에 나쓰메 소세키, 다자이 오사무,아쿠타카와 류노스케 등 익히 들은 이름도 있고 때론 낯선 저자의 이름도 보인다.

 

책은 큰 제목으로 쓸 수 없다, 그래도 써야 한다, 이렇게 글 쓰며 산다 마지막으로 편집자는 괴로워로 나위어지고 그 안에서 다시 세분화 되어 작가들의 일상을 담고 있다. 당시엔 신문에 연재글이 실었던지라 꾸준하게 글을 써야하지만 마감이란 것이 아니 글 쓰는 것 자체가 술술 풀리지 않는다. 물론, 잘 써지는 날이 있지만 마감 시간에 쫓겨 쓰는 것이 대부분이 아닐까? 원고 열 매 내외를 쓰는데도 사흘이나 끙끙 앓았던 다자이 오사무. 당시, 수필을 써야했던 저자에게 '작가의 언어도 날것이기에 조심해서 써야한다'고 했는데 누구도 믿지 않았으나 자신에게는 이 부분이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었다. 그러니, 많은 원고가 아니어도 그렇게나 글이 써지지 않았나 보다. 

 

때론 아픈다는 핑계로 편집자에게 말하는 작가도 있고, 방바닥에 누워 생각하고 다시 책상에 앉아 고민하는 저자, 하루종일 연필과 종이를 붙잡고 씨름하지만 한 글자도 써내려가지 못하다 한밤중에 흥이 솟아나 홀로 일어나 펜을 잡는 작가, 어떤 이는 아침에만 일을 할 수 있다고 하는 등 작가들의 글을 읽으니 낯설지 않는 행동들이라 절로 웃음이 나와버린다. 즉, 예나 지금이나 마감게 대한 분투는 같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작가들은 글을 계속 써내려가는데 책에서 좋았던 한가지가 있다면 바로 '작가의 이력'도 같이 설명한 부분이다. 

 

앞서 적었듯이 낯선 작가들이 많았는데 그들의 생애를 적어놓은 한 페이지를 읽을 때면 왜 그렇게들 힘들게 살았는지...시대가 불안정하니 그럴수도 있겠다 싶으면서도 한 작품을 빚내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 것처럼 이들의 말년은 그리 좋지 않았다. 거의 병으로 생을 마감했는데 그 중엔 30대, 40대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난 이들도 있었다. 그리고 여기에 여성 작가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있다. 읽다보니 유난히 남성 작가가 많아서 답답했던 찰나 몇몇 여성 작가를 보게 되었다. '하야시 후미코'는 힘든 상황에서 글쓰기를 하면서 성공을 했는데 너무 무리한 탓에 이른 나이에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후미코가 남긴 '어느 하루'는 일기로 청탁을 받아 글을 쓰는데 새벽 4시에 기상해서 시작하는데 자신이 글 쓰는 것 외에는 다른 길이 없어 힘들어하는 내용이다. 조금만 자신에게 자유(?)를 주었다면 더 많은 작품들이 세상에 나오지 않았을까? 

 

그리고 프롤레타리아작가 동맹, 일본공산당 가입과 검거와 석방, 집필 금지를 겪었던 미야모토 유리코. 남편 역시 투옥되었는데 석방될 때까지 많은 편지를 보냈다. 이 책에는 남편에게 보낸 편지 내용을 모은 것 중에서 발췌한 글이다. 남편을 향한 그리움과 그럼에도 번역을 하며 살아가야 하는 심정을 적어 놓았다. 모든 작가들에게도 공통점인 어떤 고통이 따라도 그럼에도 글을 써야하는 숙명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느껴진다. 마지막으로 편집 후기에 '재밌어서 견딜 수 없는 잡지'를 만들었다던 [반장난] 월간지를 소개한다. 지금도 그렇긴 하지만 성적 표현의 자유는 위험한 도박이었는데 용감하게도 에로소설을 실었고 결국 화제가 되었다. 결국 폐간이 되었지만 책에 실린 빈 페이지에  원고가 도착하지 않아 백지 그대로 내보내게 되어 사과한다는 문구가 대신 실려있다. 이 페이지를 본 순가 어라? 나도 모르게 웃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분명 누군가는 글을 기다리고 있었을텐데 말이다.

 

마지막으로 작가들에게 있어 글쓰기는 살아가는 원동력이다. 어찌되었든 글을 씀으로써 자신을 다듬어가는 것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