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도서리뷰/여행(기타)

서평: 천경자(정과 한의 화가)

by 책을 담는 모리아 2021. 9. 6.

[천경자 / 스타북스 / 정중헌]

 

천경자 화백에 대해선 이 책으로 처음 알게 되었다. 이 나라가 혼란스러운 시기에 유학을 가고 사랑을 하고 또 이별을 겪었다. 고단스러운 삶에서 살아갈 수 있었던 건 '그림' 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책은 희곡처럼 한 기자와 천경자의 대사가 교차하면서 시작한다. 의학도 아닌 그림으로 유학을 가겠다던 딸을 만류하던 아버지는 결국 유학을 허락했다. 그렇게, 일본으로 갔고 그곳에서 첫 번째 남편을 만났다 행복할 거라 생각했지만 그러지 못했고 또다시 사랑이 찾아오지만 이 사랑 역시 그리 행복하지 않았다. 화가의 삶을 들여다보면 아니, 알고 있는 것만으로 생각을 하면 인생이 평탄한 사람을 거의 본 적이 없다. 그럼에도 그림을 그리게 된 건 그 그림 속에 모든 것을 투영하기 때문이다. 반 고흐도 그러했고 피카소 역시 그러했듯이 비록 삶은 행복하다고 할 수 없지만 이들의 작품은 세대를 넘어서 여전히 집중을 받고 있다. 

 

일본으로 유학을 갔을 때 조선사람이니 조선사람을 그려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당시 일본에 유학을 간 것만으로 대단했고 또한 그곳에서 살아간다는 거 역시 쉽지 않았다. 처음 만난 스승은 천경자 화백에게 일본인을 그려도 진짜는 나오지 않는다고 했으며, 맨 먼저 자화상부터 그려야 그림을 그릴 줄 안다고 조언했다. 화려함 대신 진짜를 알려준 말이었다. 첫 남편에서 딸과 아들을 얻었고 그 후 두 자녀를 다시 얻으면서도 그림을 포기하지 않았다. 언제까지 뒤늦은 사랑에 얽매일 수 없다 그렇게 흐지부지한 인연을 마침내 끊게 되었다. 참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 신경쇠약에 시달리기도 했었는데 이때 아프리카 여행을 계획하게 되었다.  

 

 

아프리카 초원을 배경으로 그린 그림들 중 [내 슬픈 전설의 49페이지]라는 제목의 그림은 저자가 살아온 49세 인생을 그린 대작이다. 아프리카 하면 이런 모습이구나 라고 느낄 정도로 초원에 다양한 동물들을 그렸다. 넓은 초원을 바라보면 저절로 삶을 생각하게 될 것만 같다. 사랑에 실패만 한 것이 아니라 화백의 여동생이 결핵이 걸려 죽기까지의 삶은 그저 살고 싶은 생각이었을 텐데 돈이 없어 어렵게 약을 구했지만 결국 세상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생이 너무 안타까웠다. 옆에 있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가족의 마음을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그림이 유일한 탈출구였을 텐데 개인의 삶뿐만 아니라 화단에서도 인생 못지않게 굴곡이 많았다. 유학에서 배웠던 일본 채색화가 동양화 집단에서 외면되었고 국전에서도 수모를 겪어야 했었다. 그러나 절대 포기하지 않았기에 화가로 성공할 수 있었다.

 

아프리카, 인도와 중남미 그리고 베트남까지 천경자 화백은 붓을 들고 그렇게 세계로 나갔다. 그렇게 그렸고 애지중지 하던 작품을 기증했고 저작권까지 내놓았다. 또한, 작품마다 어떤 의미가 있고 그렸는지를 미술과 직원에게 알려주기까지 했었다. 자신의 존재 안에 있던 작품들... 그 그림을 기증하고 나서 허탈함에 허드슨 강변으로 스케치를 하러 다녔다고 한다. 역시 그림은 천경자 화백에게 살아갈 목표였나 보다. 오늘 이 책으로 알게 되었지만 한국 역시 유럽 못지않게 미술에 큰 획을 남긴 인물을 알았다. 비록, 미술에 문외한이나 뜻밖의 공부가 되었다.  

 

[위 도서는 네이버컬처블룸에서 무상으로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