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의 작품은 읽고나면 상당히 여운이 남는다. 정확한 표현은 아니지만 현실과 책의 구분이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동안 만났던 책들이 그러했고 이번에 만난 소설 역시 덮고서 곰곰히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일본에서 몽환작가로 불리우는 '온다 리쿠' 여전히 적응이 되지 않지만 저자의 작품은 결코 쉽지가 않다.
이야기의 시작은 인터뷰 방식으로 되었다. 질문하고 답하고 그런데 이부분이 상당히 낯설다. 화자인 질문자의 입장에서 이야기가 흘러가고 있다가 아닌듯 하고 그러다 점점 드러나는 인간이 본성에 대해 공감이 되는 소설이다. 시작점은 M이라는 대형마트의 사고에 대해 누가 누군가에게 묻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당시 그 상황에 있었던 아니 그 소식을 접하고 행동했을 사람들을 찾아 그때의 이야기를 듣는 것인데 이것이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왜 그때 그 마트에서 동시에 모든 사람들이 도망치려고 움직였는지를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화재로 신고로 당시 출동했던 한 소방대원의 애기를 통해 그들 역시 원인을 찾지 못했다는 것. 하지만, 이야기는 여기서 마치는 것이 아니라 소방대원 자신의 이야기를 꺼냄으로써 인간의 두려움이 결국 무엇을 불러내는지에 말하고 있다.
초반 인터뷰는 당시의 사건을 떠올리면 눈에 보이는 대로를 설명하지만 점점 다른 사람들의 입을 통해 드러나는 것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죄의식 그리고 타인의 불행이 자신에게 행운이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이율배반적인 감정이라는 사실이다. 누구나 맘속에 어두움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러나, 드러내느냐 아니냐는 자신의 몫이라는 것 또한 말하고 싶다. 이 소설은 화자가 인터뷰를 함으로써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로 흘러가는데 역시 '온다 리쿠' 이어서 일까. 섬뜩한 공포가 느껴지기도 했었다.
이 M마트의 사고를 통해 각각의 사람들의 행동이 나온다. 후유증으로 살아가는 사람 그리고, 과연 이 사고의 진실은 무엇인지 파헤치려는 이들도 있지만 드러나지 않는 점이 나에겐 공포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책 표지의 한 소녀와 인형 도대체 무슨 연관이 있을까 했는데 인간의 욕망이 결국 만들어내는 하나의 상징이 아닐까 싶다.
또한, 당시 사고를 겪었던 사람들을 만나는 과정에 인간의 가장 안에 있는 생각을 끄집어 내고 있는데 이것이 참 100% 이해가 된다는 점이다. 소설의 소재는 판타지는 아니지만 그러한 분위기로 흘러가면서도 그들의 대화는 '인간'에 대한 점과 어쩔 수 없이 가지게 되는 그 감정을 부정하기보다는 인정하는 요소가 보이기도 한다.
"미워할 상대가 없다는 건 꽤 비참한 일이에요. 저도 그렇지만, 그 이유로 고통스러워 하는 사람들도 많거든요. 미움이며 슬픔을 쏟을 데가 없으면 스스로를 납득시킬 수 없어여."
이 소설의 내용은 딱히 공포라고 말하기 어렵다. 이것인가 싶으면 아니고, 책장을 넘기면서 도대체 진실은 무엇이지 하는 의구심이 더욱 강하게 들 뿐이다. 하지만, 정점에 다다르면서 독자들에게 진실을 보여준 순간에 잠시동안 주춤 하게 된다는 것. 그리고 다시한번 책장을 훏어보게 만들고 있다. '온다 리쿠'의 작품들은 대부분 이러하다. 현실과 동떨어지면서 결코 멀리있지 않는 이야기들. < Q & A > 는 다른 책들과는 약하다 싶은 부분이 있기도 했으나 그럼에도 으쓱함이 오는 것은 어쩔 수가 없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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