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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리뷰/고전

[서평] 좀머 씨 이야기

by 책을 담는 모리아 2021. 2. 2.

산다는 게 어떤 의미일까? 주인공 나는 이미 성인이 되었고 자신이 어릴 적 만난것도 아닌 봤던 한 아저씨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마을에서 흔히 '좀머 씨'라고 불리는 남자. 아내와 단둘이 사람들과 관계도 없이 지내며 어디를 가든지 항상 지팡이를 짚고 걸어다녔다. 전쟁 직후 모든 것이 부족했던 시대 걷는 것이 유일한 교통수단이었는데 서서히 마을 근처에 가게가 생기고 버스도 몇 차례 운행을 하고 자동차도 생겨났다. 그러나, 다른 이들과 달리 좀머 씨는 꾸준히 걸어다녔다. 타인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었고 비가 폭풍우처럼 내리던 날 아버지 차를 타고 가던 소년은 좀머 아저씨를 봤다. 아버지가 차에 태워주려고 했으나 완강히 거부하며 자신을 내버려 두라는 말을 내뱉었고 그 때 좀머 씨의 표정은 고통으로 일그러져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이것이 유일하게 소년이 들었던 좀머 씨의 말이었다. 그 후에도 간간히 스쳐 지나듯 봤으나 말을 걸지 않았고(걸 수도 없었지만) 어느 날 아내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후 어느 집의 다락방에서 생활을 했고 여전히 몇 일씩 또는 하루종일 걷다 돌아오곤 했다고 한다. 화자는 종종 나무에 올라갔다. 때론 바람이 거세게 불어 자신이 날아갈 것이라는 상상을 하면서 그러나 날아가는 대신 나무에 올라가 드넓은 풍경을 봤고 때론, 피아노 선생님 때문에 죽음을 상상하며 올라가기도 했었다. 나무에 오르는 것은 주인공에게 있어 자신의 감정을 내뿜는 유일한 존재였을까? 못타던 자전거도 타고 어려운 책을 읽을 무렵... 그 무렵에 마지막으로 좀머 씨를 봤다 그것도 호수가로 들어가는 모습을 말이다.

2주 후 좀머 씨가 실종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오지만 주인공은 누구에게도 자신이 마지막으로 봤던 그 모습을 말하지 않는다. 이는 성인이 되어도 마찬가지다. 왜 그랬을까? 그건 어느 날 들은 '자신을 내버려 두라는' 말 때문이었을까? 왜 가만히 있지 못하고 걷기만 하는 좀머 씨에 대해 사람들은 사라졌어도 시간이 흘러감에 잊어버렸다. 왜 좀머 씨가 걸어야 했는지를 엄마를 통해 폐쇄공포증이라고 들었으나 정확한 이유는 모른다. 다만, 어릴 적 나무에서 내려다 봤던 너무 고통스러워 하는 신음을 들었던 그 날. 소년은 누구도 알지 못하는 그 고통을 알았는지도 모른다.

이 소설의 배경은 전쟁 직 후의 이야기라고 한다. 전쟁에 참여했던 좀머 씨에게 아무도 전쟁에 관해 물어보지 않고 관심도 없다. 그건 누구나 참혹했던 전쟁의 듣고 싶지도 않아서다. 오로지 좀머 씨 혼자서 전쟁의 잔해를 가지고 있을 뿐이며 이로 인해 그렇게 세상에(집에)안착하지 못하고 괴로움을 한 순간이라도 잊기 위해 그렇게 걸었던 걸까? 마지막 그의 선택을 비록 붙잡을 수 없었지만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는 것은 좀머 씨에 대한 존중이라고 봐야했을까? 이 책을 읽다보니 어린 시절 나름 고통스럽다고 생각한 주인공이 나무에서 죽음을 생각한 것은 왠지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이 떠올랐다. 성장과정에서 겪을 수 밖에 없는 성장통은 사람을 성숙하게 하거나 반대로 나약하게 만든다.

소년 뿐만 아니라 나 역시도 책을 다 읽고서 좀머 씨의 행동에 대해 곰곰히 생각을 했고, 혼자만의 결론을 내렸으나 만약 내가 소년이었다면 좀머 씨의 행동을 봤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지 어느 것이 옳은 것인지...그 순간 멈짓 할 것만 같다.

 

<위 도서는 네이버독서카페 리딩투데이에서 무료로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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