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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리뷰/여행(기타)

서평: 세월

by 책을 담는 모리아 2021. 2. 15.

세월/1984books/아니에르노

 

아니 에르노의 두번째 에세이 [세월]을 읽었다. 이 책은 1941년부터 2006년까지 프랑스가 변화는 모습을 저자의 시선으로 적어놓은 책이다. 전쟁을 겪었던 모든 이들에게 세상의 변화는 쉽게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았다. 한 장의 사진으로 시작하는 문장들은 당시의 기억을 불러오면서 서서히 변해가는 생각과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미래 자신이 어떠한 모습으로 될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고 오로지 현재 그저 살아가고 있음을 바랄뿐이다. 교육을 받는 아이들, 자녀를 기르는 부모들 세대간의 차이라고 까지는 할 수 없으나 무조건적인 책임을 지녔던 엄마의 자리를 뒤를 이을 때 이들은 아주 조금 가볍게 이어가고 있었다. 또한, 지지하면서도 절대 불가능이라고 생각했던 피임약이 법적으로 허용이 되면서 자유로워질 것이라 생각했으나 때론 갑작스런 자유는 부담스럼을 준다. 

 

이를 시작으로 넘치는 물건들로 인해 생각의 결핍과 믿음의 소모가 서서히 사라졌다. 인간의 편리함 속에서 당연 댓가를 치르게 된 것일까? 책 속에서 보여지는 여성의 권리는 너무 힘들게 손에 쥐게 된 것임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여성의 낙태 권리를 싸우는 일, 사회적인 불공정함에 맞서 싸우는 일, 어떻게 자시이 지금의 여성이 됐는지를 이해하는 일 등 저자가 겪었을 모든 것들이 이제는 추억속에 남겨졌고 이는 절대 행복한 추억이 아니라고 말한다. 사실, 격동의 세월 아니 역사의 흐름 속에 있었던 순간에 행복을 느낄 수 있었을까? 아니 분명 있었겠지 하지만, 책 속에서 느끼는 것은 작은 행복을 찾아 볼 수 없었다. 

 

세월이 흐름에 저자는 마흔이 되었고 과거 한 가족이 테이블에 둘러앉은 모습은 이제는 낯선 시간이 되었다. 또한 프랑스로 오는 이민자들은 곧 떠날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반대로 정착을 하게 되었고 이는 사회 문제가 되었다. 더 나아가 테러가 일어나고 폭탄이 터지며 미국 무역빌딩이 공격을 받았다. 프랑스 사회가 격동의 시간을 보냈던 만큼 다른 나라에서도 같은 시간을 보냈다. 이와 같은 사실을 저자는 무덤덤하게 보여주는데 마치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거 같았다. 그 안에서 사람들의 인식이 변해가는 것은 쉽지 않았다. 특히, 핸드폰의 등장은 누구도 감히 어디든 어젠든지 전화를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전화가 필요할 때는 우체국을 갔었던 그때의 기억들 문득, 처음 이런 문물을 만났을 때 나는 어떤 모습이었나..내 모습을 끄집어 내기도 했다.

 

"남편도 아이도 없이 휴가를 떠나고 싶었지만, 여행을 하고 혼자 호텔에 머문다는 생각이 그녀들을 불안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날마다 모든 것을 떠나 혼자가 되고 싶은 욕구와 두려움 사이에서 흔들렸다."

 

"그녀가 진짜 생각이라고 여기는 것은 그녀가 혼자 있을 때나 아이가와 산책할 때 찾아온다. 그녀에게 진짜 생각은 사람들이 말하는 방식, 옷을 입는 방식.....관한 것이 아닌, 그녀 자신에 대한 질문들, 존재와 소유, 실존에 대한 생각하는 것이다."

 

이 책 안에는 역사와 여성에 관한 내용이 담겨져 있다. 무덤덤하게 써내려간 프랑스 사회 그리고 그 내면에 있는 여러 문제들을 한 장의 사진과 함께 꺼내 나열한 [세월]. 문장은 안타까운데도 타인이 담담하게 바라보게 쓴 거 같다. 다 읽고서 감정보다는 이성으로 왜 이렇게 변하게 되었는지 생각만 가득했다. 

 

<위 도서는 네이버독서카페 리딩투데이에서 무료로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