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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리뷰/여행(기타)

서평: 빈 옷장

by 책을 담는 모리아 2021. 2. 28.

빈 옷장/ 아니 에르노/1984북스

 

"두려움은 어머니가 가진 전부였다. 손님들의 말 때문에, 내 공부 때문에, 

나를 사립 학교에 보낸 것이 아무 소용없는 일이 될까 봐."

 

드디어 아니 에르노의 마지막 작품인 [빈 옷장]을 펼쳤다. 다른 에세이와 달리 소설형식으로 흘러가고 있는데 첫 장면인 낙태를 하는 그것도 불법으로 하는 행위에 대해 그려진 내용은 충격을 준다. 또한, 이 책은 저자의 자전적 내용을 실은 내용으로 앞서 읽은 네 권의 책들과 이어져 있다. 식료품 가게를 하면서 외동딸을 학교에 보낸 부모는 본인들과 다른 삶을 살아가기 바라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신들과 다르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 동시에 딸은 학교에서 자신이 사는 상황과 다른 가정을 가진 동기들을 보면 부러운 눈길로 바라보게 되면서 왜 자신의 부모는 교양이 있지 않을까? 사춘기 소녀의 마음은 늘 불만과 불안이 감도기에 [빈 옷장]을 읽으면서 간접적으로 불안감이 몰려왔다. 

 

어디에서도 인정못한 못한 소녀가 학교에서 인정받는 것은 오로지 성적 뿐이다. 학교에 들어가고 방황하고 자신의 세계가 타인과 다를 때 흔들리는 소녀의 마음을 보여주면서 집을 떠나야 하는 이유까지 생겨버렸다. 이런 마음은 부모는 알고 있었을까? 방황하는 마음을 잡는 유일한 방법은 글을 쓰는 것이었으나 선생님은 이해하지 못했다. 그 안에 두 개의 언어가 존재한다고 했는데 이를 이해하는 것은 자신 뿐이지 않을까?

책은 큰 사건은 나타나지 않고 그저 소녀가 학교에 가고 그 안에서 겪는 감정들을 풀어서 보여주는데 이것만으로도 긴장감을 느낄 수가 있다. 

 

소녀의 이름은 '드니즈 르쉬르'다. 초반 이름은 등장하지 않는다 중반에 가서야 자신이 누구인지 말하는데 이 이름은 [진정한 장소]에서 언급이 된 적이 있었다. 실존 인물은 아니었으나 아니 에르노에게 한때는 있었던 언니의 존재와 가상의 소녀에게 편지를 쓰게 된 상황에서 만들어진 이름이다. 단지 이름이 아닌 또 하나의 아니 에르노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하여튼, 소녀의 모습을 읽고 있으면 엘레나 페렌테의 소설 [나폴리 4부작]이 떠오른다. 그 역시 열약한 상황에서 오로지 공부와 글쓰기만이 현 상황을 벗어나는 길이었다. [빈 옷장] 역시 글쓰기로 자신을 붙잡는 모습이 동일하게 보인다. 

 

그리고 드디어 자유를 얻었다 생각했던 그 순간(대학에 간 일)에 그 자유로 인해 사람은 위험한 순간이 다가오기도 한다. 드니즈 역시 그러했고 책의 첫 시작인 낙태 장면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이것이 옳다 그르다 라고 판단을 하기 전에 그 당시 여성으로서 사는 삶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된다. 또한 다른 에세이에서 이미 밝힌 아니 에르노의 이야기를 읽었기에 [빈 옷장]을 읽을 때 복잡한 생각이 든 것은 당연했고, 글쓰기로 자신의 자리(?)를 찾아낸 저자의 글에 안도감을 느끼기도 했다. 

 

총 5권의 에세이로 만난 '아니 에르노'. 프랑스 문학은 잘 접하지 않아 낯설면서도 인간의 본성을 깨닫게 하는 요소가 있다.음 앞으로 프랑스 문학을 만날지는 모르지만 저자의 작품은 꼭 읽어보고 싶어졌다.

 

<위 도서는 네이버독서카페 리딩투데이에서 무료로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