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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리뷰/고전

서평: 초판본 악의 꽃

by 책을 담는 모리아 2021. 7. 23.

[악의 꽃 / 샤를 보들레르 / 더스토리]

 

악의 꽃이라는 제목은 종종 들었다. 시는 소설과 다르게 짧은 문장에 의미가 함축되어 있어 어렵게 느껴진다. 국내, 국외를 구분하지 않고 '시' 자체는 나에게 그렇다. 때론 많은 글 보다 몇 단어로 된 문장이 더 강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오늘 만난 [악의 꽃] 초판본은 표지부터가 강렬하며, 제목 역시 어떻게 악과 꽃이 하나의 어구가 될 수 있는지.. 아니, 사실 자연스럽게 이 단어를 받아들이면서 왠지 모를 공포감 같은 느낌을 받았다. 또한, 저자의 날카로운 눈빛이 책을 향한 마음에 더 영향을 주지 않았나 싶다. 이 시집은 저자가 죽기 전까지 쓴 글을 모아 출간한 책으로 처음 이 책이 세상에 나왔을 때 큰 문제가 되었을 정도로 당시에 벌금형까지 처해져었다. 지금처럼 대부분을 흡수하는 시대가 아니기에 보들레르의 글은 파격적이면서 때론 인간의 내면을 날카롭게 표현하고 있었다. 

 

시집은 우울과 이상, 파리 풍경, 포도주, 악의 꽃, 반항, 죽음 그리고 1866년 판본에 추가된 시들를 같이 이 책에 실어 놓았다. 각 목록에서 다시 한번 세세하게 나뉘어 쓰인 시들... 음 뭐랄까? 보통 시는 잔잔한 분위기를 주는데 [악의 꽃]는 반대 이미지를 보여준다. <춤추는 뱀> 시는 여인과 자신의 모습을 어느 것 거르지 않고 솔직하게 보여주는 거 같다. 딱히,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문학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으나 문장에서 생생하게 보여주는 표현들로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또한 부도덕한 이유로 검열에 걸린 <뱀파이어>는 악령과 시체, 자유를 향한 표현이 거침없이 등장한다. 책 제목인 [악의 꽃]으로 묶어진 시는 먼저 제목에서 섬뜩한 느낌을 받았기에 긴장부터 하게 되었다. <어느 순교자. 미지의 스승에 관한 소묘>는 불안한 요소와 어둠이 느껴지며, 역시 검열에 걸린 <장신구>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인물을 거론하기도 하는데 으흠, 여인의 음란함과 천진함 그리고 육체에 대한 묘사가 확실히 당시에는 검열을 통과하지 못했겠다 싶다. 뭐랄까.. 시대가 흐를수록 과거에는 빛을 볼 수 없는 것이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가. 그렇다고  <장신구>가 외설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때론 글은 작가의 또 다른 모습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을 표현할 때 사람은 말 대신 문자를 이용한다. 소설과 시의 차이는 소설은 풀어쓰기에 읽기만 하면 되지만 시는 그렇지 않다. 앞서 적었듯이 의미를 풀어놓지 않고 숨겨놓은 게 '시'다. 보들레르가 살았던 시대는 현대의 모습이 아니기에 책에서 느껴지는 감정들은 분노이기도 하며 거침없이 나아가는 모습이기도 했다. [악의 꽃]을 한 번 읽고 비평하는 것은 쉽지 않다. 다만, 왜 이런 글을 써야만 했는지 잠깐  작가의 입장을 생각해 볼 수밖에 없었다. 과거엔 검열에 지금보다 많이 까다로웠는데 이는 인간의 내면을 자극적으로 표현하는 게 받아 들 일 수 없었다. 아, 물론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말하고 싶은 것은 오히려 검열에 걸린다는 것은 적확하게 끄집어냈기에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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