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도서리뷰/사회

서평: 다산의 법과 정의 이야기

by 책을 담는 모리아 2021. 8. 21.

 

[다산의 법과 정의 이야기 / 다산 정약용 / 홍익출판미디어그룹]

 

 

"법은 누구의 편인가? 이 물음에 정조는 이렇게 답한다. 

정치 지도자라면 법에만 의존해서는 안 되고, 그렇다고 무조건 인정에

치우쳐서도 안 된다. "

 

-본문 중-

 

[흠흠신서]에 대해선 전에 들은 적이 있다. 30권의 10 책으로 구성된 것으로 이건 조선시대 여러 형사사건과 다산의 비평을 실은 책이다. 아직도 제대로 읽어 본 적은 없으나 인간이 정착하기 전에도 이들 사이에서는 많은 사건들이 있었을 것이다. 조선뿐만 아니라 중국에서 일어난 실제 사건들 역사 등을 기록해 사건을 조사하는 데 있어 도움을 얻고자 했었다. 또한 한 인물이 세대가 흘러 후세에까지 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쉬운 게 아니다. 많은 인물들이 역사에 남고 그중엔 우리가 보고 배워야 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그릇된 모습으로 스스로 겸손해야 하는 자들도 존재한다. 오늘 만난 [다산의 법과 정의 이야기]는 정약용과 정조가 바라던 세계관이 어떤 것이었으며 비록, 바라는 세상이 되지 못했지만 이 나라가 올바르게 나아가기를 바랐던 그 마음을 알게 되었다. 

 

정조는 할아버지 영조와 달리 사건에 있어서 너그러움이 많았다. 아니, 이렇게 해도 될까? 친부의 죽음 영향 때문이기도 하지만 너무 가혹한 형벌을 받는 이들을 보고 자랐기에 스스로 자제하고 오히려 관용으로 죄를 다 스려고 했었다. 여기에 정약용과 뜻이 맞아 두 사람은 백성들이 억울함을 풀어주도록 했다. 그중 하나가 글을 써서 억울함을 호소하는 '상언(上言)이 있고, 반대로 글을 모르는 사람들은 꽹과리로 하소연을 하는 '격쟁(擊錚)이 있었다. 역사엔 '만약'이라는 말을 자주 등장하는데 이 단어를 좋아하지 않는다. 이미 일어난 일을 바꿀 수도 없으니깐.. 하지만, 정조와 정약용 두 사람이 바라던 정치가 이뤄졌다면 어땠을까? 이런 막연한 생각은 정말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책은 사건의 결과를 보여주고 그 원인을 알려주면서 어떤 처벌을 내렸는지를 말한다. 여기에 정약용은 그 처벌 결과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기록으로 남겼는데 지금과 달라도 당시에도 시체를 검수하는 직업이 있었다. 사인을 정확히 해야 하는 것이니 신중해야 했다는 점이다. 정조는 관료들이 제대로 본인 업무에 소홀하지 않는 것에 큰 벌을 내렸는데 친지 간의 사건에서는 의외의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이건 앞서 적었듯이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한 영향 때문이었다. 또한, 사람이 죽어도 직접적인 원인이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해서 형벌을 내리기도 했었는데 이를 보면 어떻게 서든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려는 모습이 보이지만 아쉬운 건 여성이 당한 사건에 대해선 다른 결과가 나왔다. 이건 여성의 위치가 아버지와 남편에게 순종이라는 관습(?) 때문이었다. 관련 부분을 읽다 보면 화가 나기도 하는데 그 시대상 어쩔 수 없음에 그저 안타까웠다. 

 

아무리 정조와 정약용 두 사람이 최선을 다했다 하더라도 억울함을 푸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지금처럼 시신을 보존할 수 없어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는 이들이 많았다고 하니 말이다. 단, 최대한 사람들이 억울함을 풀어주려는 것.. 어쩔 수 없는 시대를 탓하고 싶지만 그럼에도 누군가는 이렇게 억울한 옥살이를 하는 이들을 풀어주려고 했었다. 돈을 주고 유전무죄가 되는 일이 허다했던 조선시대에 정약용은 확실히 이런 점을 간파하고 사건을 사수했다는 점에 놀랍기만 하다. 요즘 시대 말로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사람임에도 사리사욕 보단 백성들이 고통을 들으려 했었다는 점을 보면서 나는 어떤 모습인지.. 문득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듣는 것으로만 아는 게 아니라 직접 자료를 찾으면서 더 자세히 알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