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도서리뷰/여행(기타)

서평: 라디오 탐심

by 책을 담는 모리아 2022. 1. 9.

 

도 서: 라디오 탐심

저 자: 김형호

출판사: 틈새책방

오래 사용해 고무벨트가 낡은 카세트 플레이어에 테이프를 넣으면 음악이 늘어졌다. 버튼 하나쯤 빠져 있는 것은 흔했다. 안테나는 부러져 절반만 뻗어 나왔다. 이런 라디오는 지금도 동네 세탁소나 김밥 집에서 하루 종일 주인아주머니와 주인아저씨의 벗이 돼 준다. 혼자 있을 때면 노동의 고단함을 잊게 한다.-본문 중-

광부들에게 붐 박스 라디오는 저항도 여흥도 아닌 그냥 살아 있음에 감사하는 소리일 뿐이다.-본문 중-

라디오는 자주 듣지 않는다 근무할 때 그냥 켜놓고 있을 뿐인데 오늘 만난 [라디오 탐심]을 통해 라디오가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갔는지를 느끼게 되었다. 워크맨이나 mp3 그리고 쉽게 앱에서 음악을 듣기 전까지 라디오는 tv다음으로 일상에서 접하는 도구다. 음악을 듣기 위해 고단한 그 순간을 이기기 위해 '라디오'는 그렇게 사용 되었다. 저자는 라디오 수집가다. 그가 모은 라디오만 해도 어마어마하며 수집가에서 멈춘 게 아니라 박물관으로 전시까지 해 놓았다. 이 책은 라디오의 변천사로 볼 수 있지만 사람들의 삶도 보여준다.

아버지가 어부셨고 집을 나서기 전 항상 라디오를 들으셨다고 한다. 바다를 나설 땐 날씨를 꼭 확인 해야 하는데 그때 어김없이 사용 했던 게 라디오였다. 문득, 학창 시절 라디오를 듣고 조용히 잠을 청했던 적이 있었는데, 고요한 밤에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그 순간만큼은 나만의 공간이었던 그때가 떠오른다. 또한, 저자는 라디오를 판매하면 구입하기도 했는데 한번은 100여 대의 라디오를 구입 한 적이 있었다. 그 중엔 고장이 난 것도 있지만 진가를 발휘하는 제품도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100여 대를 구입할 생각을 했을까..설마 했는데 정말 사진을 보니 라디오 사랑이 대단한 사람이구나 했다.

 

라디오는 탄생 자체가 혁신이었다. IT도 원류를 찾아 보면 라디오와 닿는다. -본문 중-

그 중 독일에서 구입한 라디오가 있는데, 한국분이었고 파독간호사로 독일에 갔다가 그곳에 머물게 되었다고 한다. 라디오를 하나의 제품으로 볼 수도 있지만 이분과 삶아온 시간을 보면 그저 흔한 물건으로만 볼 수가 없었다. 또, 영화 속에서도 소품으로 종종 등장하는 게 라디오다. 하지만, 시대에 맞게 등장해야하는 게 '소품'이다. 체르노빌 영화의 한 장면을 보여주면서 라디오를 가지고 있는 소년병의 모습은 무엇을 바라고 있는 것일까? 희망일까 아님 현실을 자각하지 못한 것일까? 그 작은 소품에 여러 생각이 들었다.

라디오의 변천사를 보면 진공관에서 트렌지스터라디오로 이어졌는데 솔직히, 라디오 부품과 무엇이 꼭 필요한지 모르기 때문에 저자가 설명한 라디오의 여러 부품들을 인식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래도 책을 읽는데 막힘은 없었다는 점!!! 그저 이런 게 있었구나 하면서 공부하는 마음으로 읽어갔다. 다양한 라디오 제품을 보면서 너무나 이쁜 디자인도 있었고 처음 생산된 제품 이래로 계속해서 만들어지는 라디오가 있는 가 하면 사라진 제품들도 있다. 그리고 여기 최초로 자동차 라디오를 만든 모토로라를 알게 되었다. 이름을 들으면 핸드폰을 생각나는데 역시 휴대폰 회사가 맞으며 1930년 최초의 라디오를 생산한 곳으로 우역곡절이 많았지만 성공한 기업이다.

저항의 상징으로 불린 '붐 박스' ,전쟁터에서 군인들에게 위로를 준 '라디오',주파수에 따른 사회 이미지 등 라디오는 그저 음악을 듣는 용도가 아닌 더 큰 의미를 지닌 존재란 것을 이 책을 읽고서 알게 되었다. 라디오 수집가는 아니지만 책 에서 본 몇 개의 라디오는 소장하고 싶을 만큼 마음에 들었는데 고가의 금액인데 그래도 언젠가 구입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