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도서리뷰/현대

서평: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by 책을 담는 모리아 2022. 1. 25.

 

도 서: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저 자: 박완서

출판사: 세계사

우리가 아직은 악보다는 선을 믿고, 우리를 싣고 가는 역사의 흐름이 결국은 옳은 방향으로 흐를 것을 믿을 수 있는 것도 이 세상 악을 한꺼번에 처치할 것 같은 소리 높은 목청이 있기 때문이 아니라, 소리 없는 수많은 사람들의 무의식적인 선, 무의식적인 믿음의 교감이 있기 때문이라고 나는 믿고 있다.

-본문 중-

서거 11주기가 된 시점에서 저자의 많은 책들이 새롭게 출간이 되고 있다. 그 중 새롭게 옷을 입은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를 만나게 되었다. 에세이는 잘 읽지 않는 편이라 이번에서야 읽게 되었는데 일제치하에 그리고 6.25 전쟁을 겪고 살아온 삶을 보고 있으니 그 긴 세월 고통속에 살았을 텐데 그럼에도 꿋꿋하게 지내온 세월에 혼자서 생각이 많아졌다. 책은 시간의 흐름으로 소개되지 않는다 그저 단편식으로 상황들을 보여주는데 나와는 거리가 멀 것 같으면서도 왠지 이해가 되고 공감이 되는 부분이 많았다.

도심 속을 떠나 아차산으로 이사 온 뒤 불편함이 많았지만 그 안에서 행복을 찾았고, 손자들을 보면서 그 옛날 자신을 귀여워하던 조부모의 모습이 떠오르다던 저자. 당시, 여성이 배운 다는 건 있을 수 없는 것인데 저자는 고향에서 글도 배우고 심지어 친모가 저자와 오빠를 데리고 서울로 올라와 공부를 악착같이 가르쳤다는 점에서 놀라웠다. '신여성' 이 단어를 늘상 어머니가 자신에게 했었다는데 1931년 생인 시점에서 어머니 역시 깨어있는 인물임을 알 수 있었다.

시간이 나를 치유해준 것이다. 이 나이까지 살아오면서 깨달은 소중한 체험이 있다면 그거 시간이 해결 못할 악운도 재앙도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신의 다른 이름이 아닐까

-본문 중-

아들과 남편을 먼저 보낸 그 마음이 어떨까? 자식은 죽으면 마음에 묻는다고 하지 않던가. 자신은 귀여움도 받고 행복하게 살아왔다고 했지만 이런 아픔을 본 순간 고통속에서 행복을 찾은 그 마음에 난 어땠는지 자신에게 되묻기도 했다. 행복하기 위해선 타인의 좋은 점을 발견하는 버릇을 가지라고 말하라는 문장에서 부끄러운 내 모습을 발견했다. 지적이 아닌 자연스러운 문장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원래 작가의 길을 가려고 했던 게 아니었다. 공모전을 보고 도전했는데 당선이 되었고 작가로서 길을 걷게 되었는데 인생이 달라지는 것은 한 순간의 선택이다. 만약 도전을 하지 않았다면 저자의 많은 작품을 만나지 못했으니 말이다.

또 책 속에 만난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 주었는데 당연히 주위에 있다고 생각했던 존재가 아니라 이 또한 축복 이라는 걸 알았다. 책은 독자를 가르치려고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책을 읽고 있으니 오히려 '깨닫고 있구나' 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당신의 이야기지만 자연스러운 문장에 쉽게 공감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이 없을지도 모르다는 생각이 든 것은 건물로서의 집이 아니라 세상에서 가장 편안하고 따뜻한 대화가 있고, 자유와 구속이 적당히 조화된 가정으로서의 집이었다.

-본문 중-

작가의 눈엔 완전한 악인도 완전한 성인도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사람한테 미움받은 악인한테서도 연미할만한 인간성을 발굴해낼 수 있고, 만인이 추앙하여 마지않는 성인한테서도 인간적인 약점을 찾아내고야 마는 게 작가의 눈이다.

-본문 중-

'도서리뷰 > 현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평: 봄이다, 살아보자  (0) 2022.02.01
서평: 서영동 이야기  (0) 2022.01.23
서평: 빛의 공화국  (0) 2022.01.15
서평: 빅터 프랭클  (0) 2022.01.05
서평: 도서실에 있어요.  (0) 2021.1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