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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리뷰/여행(기타)

[서평] 저녁매미 일기

by 책을 담는 모리아 2013. 4. 2.

 


저녁매미 일기

저자
하무로 린 지음
출판사
비채 | 2013-03-2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만약 앞으로 살 수 있는 시간이 정해져 있다면 어떠한 삶을 살아갈 것인가요. 숨쉬고 잠자는 것 조차도 아까워 제대로 살 수 있을지 하는 생각과 남아 있는 나날을 최대한 허투로 쓰지 않고 보내는 방법도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과연 전자와 후자 중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인가요. 물론, 후자를 선택하는 것이 옳게 보여지지만 이 또한 선택하기 쉽지 않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서론부터 죽음에 대한 글을 쓰기 시작했는지 궁금하실텐데요 바로, 오늘 만난 이 책 속에 담겨진 한 무사의 이야기 때문입니다. 

 

10년 후 할복을 해야하는 운명을 지닌 '슈코쿠'에게 앞으로 살 날이 3년 이라는 시간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번주의 측실과 밀통했다는 것인데, 이런 그가 죽음을 앞두고 도망갈 것을 염두해 감시자로 한 무사가 그의 집으로 오게 되죠. 그의 이름은 '쇼자부로' '슈코쿠'에 대해서 잘 몰랐고 단지, 밀통했다는 이유만 알고 있던 그에게 서서히 진실이 드러나면서 그는 오히려 '슈코쿠'를 구해주려고 한답니다. 물론, '슈코쿠'의 성정에 존경심과 경외감을 가지기 시작한것은 당연하고요.

 

이렇게 '죽음'을 앞두고 있는 한 사람을 보여주고 그가 살고 있는 촌과 가족들의 모습들을 보면서 오히려 두려워하고 슬퍼해야하는데 본인이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하루하루를 소중히 보내고 있다는 것에 본인 역시 마음이 거북이처럼 느릿해지기만 했답니다. 목숨을 구해야 하는데 하는 생각이 간절하면서도 무사로써 주군에게 보여지는 믿음은 결국 어느 말도 아닌 부하를 믿는 그 자체라는 것인데, 그래도 때론 아닌 것은 아니라고 해야하지 않을까 합니다. 물론, 과거와 현재의 차이점은 확연하게 다르지만 '슈코쿠'의 변함없는 마음에 한편으로는 무거우면서도 다른 생각으로는 그가 가려는 길이 결코 헛된 것이 아니기에 참으로 쓸쓸했답니다.

 

생명을 누구에게나 중요하답니다. '슈코큐' 역시 하잖았기에 버린 것이 아니라 소중하고 값진 것이기에 자신의 희생을 감수 한것이죠. 대(大)를 위해 소(小)를 희생하듯 말이죠. 또한, 그와 밀통했다는 여인 '쇼긴니' 결국 진실은 아니었지만 젊은 날 그의 집에서 시녀로 있었던 인연으로 오해를 불러 일으켰지만 마지막으로 그녀와 나눈 대화는 본인에게도 한번쯤 생각하게 만드는 문장이었답니다. 이렇게, 서로에게 마음은 있었으나 측실로 가야했던 그녀의 운명처럼 그 역시 그녀가 측실로 결정되었던 그 날에 자신이 어떻게 해야 했던 것인지 몰랐던 것이 그의 운명이고 현재, 역시 자신에게 닥친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 또한 운명이 아닐까 합니다. 

 

본인은 책을 접하면서 '서정적'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적이 없답니다. 물론,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인데 기타모리 고의 <꽃 아래 봄에 죽기를: 2012년> 작품은 딱, 이 글을 사용하게 했지요. 그리고, 이어 <저녁매미 일기> 역시 책을 덮고서 이 느낌을 받았답니다. 에도 시대에 할복을 기다리고 있는 한 남자와 가난한 촌의 농민들의 어수선한 분위기 등 전혀 무관하게 보이지만 '슈코쿠'가 현실을 받아들이는 마음과 그가 바라보는 미래로 인해 오히려 차분함을 주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렇게, 한권의 책을 읽고 이러한 감정을 불러 일으켰기에 저자의 다른 작품들을 만나고 싶었지만 국내에서는 <저녁매미 일기>가 첫 번역 작품이기에 다음 작품은 우선 기다려야 하지만, 기다림과 함께 다음 소설에서는 어떠한 느낌을 줄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 젊은 시절의 추억을 함께 이야기할 사람이 이 세상에 있는 것만으로도 기쁩니다."

 

"의심은 의심하는 마음이 있을 때 생겨나는 법.

 

변명한들 마음을 바꾸지는 못하네. 마음은 마음으로만 바꿀 수 있는 것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