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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리뷰/여행(기타)

서평: 아주 편안한 죽음

by 책을 담는 모리아 2021. 4. 25.

<도서협찬/을유문화사>

 

시몬 드 보부아르에 대해선 작년 한 권의 책으로 알게 되었다. 여성이나 작가로 그리고 다양한 시위에 참여하며 행동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던 것에 참으로 대단한 인물임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비록 소설은 아직 접하지 않았으나 오늘 읽은 [편안한 죽음]을 통해 저자에 대해 조금은 아니 몰랐던 부분에 극히 일부분을 느끼게 되었다. 이 책은 에세이로 어머니의 죽음을 앞두고 어머니와 시몬 드 보부아르가 겪었던 감정들을 보여준 책이다. 그저 슬프다는 감정이 아니라 한 여성으로 살았던 엄마의 삶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참고 살아야 했던 시간들 그리고 동시에 딸로서 이제서야 느끼는 여러 감정들을 보여주고 있다.  

 

평상시처럼 엄마와 같이 휴가를 보내기로 했지만 병원에 입원한 소식을 접하고 시몬과 여동생 푸페트는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병원에서 보내게 된다. 시대는 1963년 아무리 의학이 발달 했다 하더라도 지금만큼은 아니었을 테지...병원에 입원 후 엄마의 병이 암이라는 것을 뒤늦게 발견하고 수술을 하지만 숨이 멈추는 그날까지 고통스러운 시간을 가지게 된다. 여기서 시몬은 편안한 죽음을 주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것인지 친척 중 너무 고통스러운 병으로 인해 권총을 달라고 했던 일을 기억하면서 현재 엄마의 상황을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생명이란 것을 그렇게 쉽게 결정을 내릴 수는 없다. 

 

이 사이에서 갈등하는 시몬은 엄마와 어색했던 거리가 조금씩 좁아지지만 이건 엄마를 이해했기에 느낄 수 있던 것이었다. 엄마 프랑수아즈는 여행을 좋아하고 사람들을 만나기 좋아하는 여성이다. 병원에 입원했을 때에도 사람들이 끊임없이 찾아왔다. 시몬은 엄마가 자신의 주장을 펼였다면 진취적인 삶을 살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엄마는 그런 자신을 포기하고 한 남편의 아내로 살기를 선택했다. 그렇지만 그 삶의 모든 부분이 행복했던 것도 아니었다. 병실을 지키면서 엄마의 쇠약해져가는 모습을 보고 그저 바라볼 수 밖에 없었고 그저 고통만 덜하기를 바랬지만 병원에서는 생명을 연장하기에만 집중하니 환자의 고통이 보이지 않았다. 이런 모습을 고스란히 지켜본 시몬과 여동생. 두 자매가 엄마와 보냈던 그 시간들을 보면서 문득, 나에게도 엄마가 존재하는데 어떤 삶을 살았을까? 

 

부모가 자식을 이해하는 것이 어렵듯이 자식 역시 부모를 이해하는 것이 힘들다. 그렇지만 어느 순간 서로를 이해하는 순간이 온다는 점이고 그저 그 시기가 언제인지 모를 뿐이다. 부모의 존재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엄마를 떠나보내야 하는 그 마음에 누구라도 이 책을 읽는다면 간접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묵직한 감정이 넘나들어 힘들긴 했지만 죽음은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것이기에 두렵다는 감정보다는 현재 삶을 조금 더 신경쓰면서 살아보자 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시몬이 말했듯이 죽음은 누구나 겪지만 오직 혼자서 겪어야 하는 것인데, 엄마의 장례식을 통해 그건 엄마가 아닌 자신들의 장례식 예행연습이었음을 말할 때 마지막 나의 모습은 어떤 모습이 될까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죽음 그 자체가 무서운 건 아니야. 죽음으로 넘어가는 과정이 무서운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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