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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리뷰/현대

서평: 코요테의 놀라운 여행

by 책을 담는 모리아 2021. 5. 19.

<코요테의 놀라운 여행/ 댄 거마인하트 / 놀> 

 

주인공 코요테는 12살이며, 현재 아버지와 같이 스쿨버스를 개조한 차로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고 있다. 여행이라고 하기엔 그렇고 그저 과거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이었다. 아빠지만 이 호칭 대신 '로데오'라고 부르고, 로데오 역시 딸을 '코요테' 또는 '아가'라는 단어로 부른다. 왜 두 사람은 살던 집을 다 처분하고 이 버스로 발길 닿는 곳으로 가는 것일까? 그 이유는 초반에 나오는데 아무리 각지를 돌아다녀도 늘 코요테는 할머니와 통화를 한다. 어디이고 무엇을 하고 등등 여러가지 일상을 말한다. 그런데, 할머니가 5년 전 코요테가 살았던 곳에 공원이 허물어진다는 소식을 들었다. 지금은 죽고 없는 엄마와 언니와 여동생과 함께 추억을 담았던 상자를 묻어두었던 그곳이. 그렇게 코요테는 5년 만에 다시 고향으로 가야할 이유가 생겼다. 

 

하지만, 로데오와 약속한 것이 하나 있는데 그건 절대! 다시는! 고향으로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순간에 아내와 두 딸을 잃은 로데오는 추억이 있는 그 집에서 도저히 살아갈 수 없어 결국 코요테와 이렇게 방랑을 시작하게 되었다. 어쩌면, 아버지로서 남은 딸에게 고통을 주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했는데 아직은 10대 소녀에게 친구와 애정이 필요한데 아버지를 아버지로 부르지 못하고 그저 이름을 부를 뿐이니...이또한 코요테에겐 슬픔이었을테다. 그러나, 이제 집으로 가야한다 곧 공사가 끝나면 엄마와 자매들이 묻었던 그 상자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인데, 절대 로데오가 알지 못하도록 집으로 가야한다. 그런데 운전자가 로데오 한 사람 뿐이니 도대체 어떻게 간단 말인가.

 

사람의 인연이란 참 모른다. 오로지 두 사람 뿐이었던 세상에 작은 고양이 (에이반)이 새식구가 된 뒤 그 뒤 여러 사람들과 함께 한다. 연인을 만나러가는 레스터, 폭력을 일삼았던 친부에게서 도망친 살바도르와 엄마, 동성애자라고 밝힌 후 부모님과 의절할 생각으로 가출한 벨 그리고 여기에 말을 못하지만 어느 애완견 보다 똑똑한 염소 글래디스 이렇게 전혀 예상치 못한 이들과 함께 하는데 코요테가 만난 이들은 상처가 있고 선한 사람들(염소는 빼고, 누군가 부탁한 일이다)이다. 각자 자신들의 길을 찾아가면서 코요테 일행과 만나게 되고 같이 하는데 로데오만 모를 뿐 코요테의 목적을 다 알고 있었기에 응원을 해주었다. 하지만, 비밀은 영원하지 않는 법...결구 로데오가 진실을 알게 되면서 위기가 찾아온다. 

 

사실 부녀가 이렇게 여행을 한다는 게 좋은 모습이라고 해야할지 고민이 들었다. 로데오의 의견에 따라주었던 코요테는 나중에서야 자신이 진짜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게 되면서 그동안 자신들이 한 행동은 그저 로데오 즉, 아빠가 자신을 위한 것임을 자각한다. 가족을 잃은 한 사람의 상처는 평생 지워지지 않을 뿐더러 남은 자에게는 고통이다. 과거를 잊는다고 했지만 과거는 잊을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그 과거를 딛고 일어서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친구도 제대로 갖지 못하고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한 코요테를 생각했더라면 로데오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 슬픔은 혼자 몫이 아니다. 아버지로서 딸인 코요테(엘라가 진짜 이름이다)에게 상처만 주지 않았나 싶다. 엘라 역시 죽은 가족이 그립지 않을 수 없으니깐. 

 

잔잔하면서 읽는 내내 기분이 좋았던 소설 [코요테의 놀라운 여행]. 코요테 뿐만 아니라 살바도르와 엄마 그리고 이모, 벨, 레스터가 자신들이 겪는 현재 아픔에서 일어섰다는 점이 좋았다. 분명 살면서 실패도 있겠지만 코요테와 함께 했던 그 시간들은 분명 살아가는 힘을 만들어주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