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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리뷰/장르

서평: 파비안 시리즈 1(얼굴 없는 살인자)

by 책을 담는 모리아 2021. 7. 24.

                                                 [얼굴 없는 살인자 / 스테판 안헴 / 마시멜로]

 

 

 

 

오랜만에 유럽 소설을 읽었다. 영미권과 다르게 유럽 소설은 복잡함이 들어있다. 뭐랄까? 다수의 인물이 등장하고 주인공의 가정사도 단순하지 않아 오히려 처음 볼 때는 왜 이러지? 그동안 사건 중심으로 책을 읽었다면 이건 사생활도 함께 알아야 한다는 점이다. 오늘 처음 만난 파비안 리스크 시리즈는 국내에서는 첫 출간이지만 여러 유럽 국가에서 이미 출간이 되었고 tv시리즈로 판권을 계약할 정도로 인기도 높은 시리즈다. 스웨덴 최고 베스트셀러 작가임을 증명한 스테판 안헴 시리즈 파비안 리스크. 또한 책 제목인 [얼굴 없는 살인자]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첫 장면부터 한 남자의 죽음을 보여주는 것을 시작으로 살인자가 잔인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그냥 목숨을 앗아가는 게 아니라 서서히 고통을 주면서 생명이 사라지는 그 공포를 피해자가 느끼게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왜 범인은 이렇게 해야 했을까?

 

 

파비안 리스크는 스톡홀름을 떠나 고향인 헬싱보리로 가족과 함께 내려왔다. 경찰인 리스크가 6개월 전 그곳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나오지 않으나 그 일로 인해 사직서을 내게 되었다. 가족과 함께 조용하고 휴가를 즐기고 싶었지만 새로 도착한 그곳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그것도 동창생이 잔인하게 살해되었다. 사직은 했지만 헬싱보리에서 근무를 하기로 한 리스크에게 상사인 투베손이 먼저 찾아오고 이 사건에 합류하기를 요청했다. 가족과의 시간도 중요한데 동창생의 죽음이 있어 승낙하고 수사를 하게 되는 리스크. 그러나 얼마 안가 또 다른 희생자가 나왔다. 고등학교 때 폭력을 일삼았던 가해자 두 명이 현재 피해자가 되어 죽었다면 자연스럽게 범인은 당시 폭력 피해자를 생각한다. 이를 토대로 투베손과 리스크는 괴롭힘을 당한 클라에스를 용의자로 지목하면서 탐문 수사를 하지만 클라에스 역시 누군가에 의해 살해된 채 발견된다. 도대체 그렇다면 범인은 누구란 말이지?

 

 

사건의 장소는 스웨덴이나 소설은 덴마크 경찰도 등장시킨다. 용의자가 두 나라를 왕래했을 거라는 것을 감지한 리스크는 용의자 차량인 푸조를 발견하게 되었지만 이 일로 인해 아무 죄 없는 한 여인이 목숨을 잃게 되었다. 초반 사건은 서서히 범인을 좁혀가는 것이라 생각했지만 중반부를 넘어 범인은 이미 경찰보다 먼저 앞서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 순간, 도대체 이들은 한 사람의 용의자를 어떻게 잡을 것인가? 그리고 무고하게 죽어간 사람들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할지... 특히, 리스크는 자신 때문에 죽은 여인에 대해 죄책감까지 가질 수밖에 없었다. 빨리 범인을 찾을 수 있는 것은 범인이 놓고 간 푸조 차량이었는데 덴마크 경찰이 가져가는 바람에 어려움에 처했고 마침, 두냐라는 덴마크 뛰어난 형사가 리스크에게 연락을 취하게 되면서 두 사람은 공조 아닌 공조를 하게 된다. 하지만, 두냐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상사인 킴 슬레이스레르는 두냐를 자기 손아귀에 넣으려고 하고 심지어 투베손이 이 사건으로 공조를 요청했음에도 무마시킨 인물이다. 즉, 좋지 못한 사람이라는 것이고, 어떻게 서든 두냐는 스웨덴 경찰에게 사건의 정보를 넘겨줘야 하는데 여기서 두냐는 어쩔 수 없이 덴마크를 떠나 스웨덴으로 향하게 된다.

 

 

책을 읽으면서 범인의 행동은 계속되는데 경찰은 오히려 이를 잡지 못하는 장면에서 답답했다. 아니, 불안하다고 할까? 심지어 10대 아들인 테오와 나흘 동안 대화 대신 문자를 했는데 파비안은 전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뒤늦게 아들이 범인에게 납치되었을 때 자신을 탓하는 모습에 한 가장의 모습이 어떻게 무너지는 것을 보게 되었다. 연쇄 살인사건과 가족관계 회복이라는 두 가지 쟁점을 두고 이어가는 [얼굴 없는 살인자]. 또한, 초반 학교 폭력을 겪은 일기장으로 현실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고 이를 어떻게 제지할 수 없는 상황에 분노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두냐가 처한 상황은 성희롱과 상사의 명령에 굴복할 수밖에 없는 점까지 있어 복잡한 심정이 들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적는다면 폭력이란 누군가를 때리는 것만이 아니다 오히려 외면과 무시 역시 폭력이 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650 폐지에 달한 소설 [얼굴 없는 살인자]는 순식간에 읽을 정도로 흡입력이 대단하다. 중간마다 심호흡을 필요할 때도 있었지만 정말 '범인과의 피 말리는 두되 싸움'이라는 문장이 딱이다. 두 번째 시리즈는 헬싱보리는 오기 전 6개월 전의 사건을 소개한다는 벌써부터 리스크의 고뇌가 느껴진다. 그곳을 떠날 만큼 도대체 어떤 사건에 휘말리게 되었는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