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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리뷰/현대

서평: 피라네시

by 책을 담는 모리아 2021. 11. 9.

도 서 : 피라네시 

 

저 자: 수재나 클라크

 

출판사: 흐름출판

 

"집은 헤아릴 수 없이 아름답고, 무한히 자애롭다."

 

-본문 중-

 

책을 펼친 순간 한 장소를 이렇게 긴 문장으로 표현한 문장을 보고 현실을 직시할 수 없는 혼란함이 다가왔다. 판타지 같을 거라고 생각을 했기에 어느 정도 생각하고 첫 장을 열었는데 전혀 예상치 못한 공간을 시작으로 이야기를 흘러간다. 이 공간은 살아있는 사람이 없다 아니 이곳에서 살고(?)있는 피라네시 외에는 인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넓은 홀들을 지나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일지를 매일 적는 그는 피라네시로 이 또한 본인의 진짜 이름인지 모른다. '나머지 사람'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그에게 이 이름을 지어주었을 뿐이다. 그가 있는 공간은 어느 저택과 같은 공간이지만 바닷물이 들어오고 홀들은 너무 많아서 다 돌아다닐 수 없을 정도로 광범위한데 단, 이 건물 밖으로는 우주와 같은 공간이 있을 뿐이다.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그저 이곳에서 '나머지 사람'을 기다리거나 때론 죽은 자들이 잘 쉴 수 있게(주위를 깨끗하게 할 뿐이지만)해주고 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고 정기적으로 '나머지 사람'은 피라네시를 찾아오면서 이번엔 어떤 연구를 해야하는데 피라네시가 필요하다고 말을 한다. 

 

'배터시' '나머지 사람'이 던진 말로 무엇인가 기억이 나는지 물어보지만 피라네시의 기억은 공백으로 가득하다. 이런 그에게 왜 이 단어를 말했을까? 이를 시작으로 '나머지 사람' 외에 예언자라고 부르는 노인을 우연히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에게서 또 다른 사람이 피라네시를 찾는다고 말을 한다. 이 사람을 두고 '나머지 사람'과 피라네시는 '16'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그건, 이 건물에 있는 열여섯번째 인간이기 때문이다. 그 존재 만으로 반가운데 '나머지 사람'은 '16'을 조심하라고 말을 하고, 피라네시는 조심하면서도 왜 피해야 하는지 서서히 의심을 품기 시작한다. 하지만 여기서 의심을 멈추지 않는다 매일 일지를 남겼는데 일지 목록이 빠진 노트도 있었고 찟어진 종이 조각을 물에서 발견하기도 했다. 분명 자신의 글씨인데 전혀 기억이 없는 내용들....그동안 자신이 무엇을 잊어버렸고 기억하지 못하는지 일지 속에 남겨진 내용들을 토대로 서서히 피라네시는 자신의 존재를 알아가게 된다. 

 

소설을 중간부분까지 읽었을 때 문득, 주인공이 코마 상태에 빠져 의식 세계에서 방황을 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을 했다. 아무리 읽어봐도 넓은 홀 밖에 나오지 않으니 깨어나냐 아님 영원히 이 상태에 남겨지냐 나름 이런 생각을 했었는데 이야기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현실과 다른 또 다른 공간..그렇다, 바로 피라네시가 이 공간에 머무르게 된 것인데 그렇다면 왜? 그가 이곳에 있게 된 것인지..본인 누구인지도 모른채 남겨졌는지 의문이 서서히 올라올 때 쯤 '나머지 사람'과 피라네시의 관계가 드러난다. 피라네시가 몇 년 동안 머물렀던 이 공간은 타인과 만나지도 못하고 오로지 혼자만이 있을 수 있는 곳이다. 두렵기도 하겠지만 반대로 평안을 얻는 장소가 되기도 했었다. 저자는 단순히, 미궁이라는 다른 공간이 아닌 인간의 심리를 이 공간을 설명함으로써 양가감정을 나타낸 거 같다. 고독하지만 인간에게 필요한 곳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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